선조 때 주요 관직을 두르 거친 이항복이
어느 날 회의가 있어 입궐했는데,
다른 대신들보다 늦게 도착했다.
착상공론만 일삼는 대신들이 보기 싫어
일부러 그랬던 것이었다.
회의장에서는 대신들이 저마다의
주장만을 고집하며 격론을 벌이는 중이었다.
서로 자기가 잘났다며 삿대질에
고함까지 오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한 대신이 이항복을 발견하고는
따지듯이 물었다.
"대감은 도대체 왜 이렇게 늦은 거요?
지금 중요한 문제를 놓고 토의를 하고 있는데 말이오."
참으로 어의가 없는 일이었읍니다.
서로 삿대질을 하며 고성이 오가는 싸움판에서
중요한 토론을 하고 있어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이항복은 그런 대신들이 꼴사나워
한방 먹여줄 심산으로 이렇게 대꾸했다.
"내가 입궐 하다 보니 길가에서 사람들이
뒤얽혀 싸우고 잇어 그걸 구경하느라고 좀 늦었소."
"그럼 결국 싸움 구경을 하다 늦었단 말이오?"
"그렇소."
"지금 제 정신이오?중요한 토의를 놔두고
싸움 구경을 하고 다니다니.도대체 어떤 싸움이었소?"
이항복이 지긋이 웃으며 말했다.
"아주 진풍경이었소이다.
내시와 중이 뒤얽혀 싸우는데,
중은 내시의 불알을 쥔 채 흔들고,
내시는 중의 머리카락을 휘어잡고 싸웠다오.
이만하면 넋을 잃고 구경할 만하지 않겠소?"
이항복의 말에 대신들이
갑자기 헛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모여 있는 대신들의 탁상공론은
실질적인 소득도 없는 공허한 싸움임을
암시하는 말이엇기 때문이었다.
한경애 - 파도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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