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두고 내린 사연
윤여경
2004.01.12
조회 52
중학교 시절...

음악실에서 나오는 저를 2학년 3반의 여자 아이들이 킥킥대며 놀래댔습니다. 그 반의 한 남학생이 2학년 4반인 저를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소문이 전교에 쫙 퍼졌고, 저는 그제서야 그 아이를 처음 보았습니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키는 전교에서 제일 컸고, 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그 애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아이였습니다.

그렇게 시골 중학교를 졸업하고 도시의 한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자취생활을 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을 무렵, 학교로 한통의 편지가 날아왔습니다. 그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는 가끔씩 편지를 보내 주었고, 방학때 시골집에 가 있을때면 전화를 했습니다. 교회의 "문화의 밤?"에도 초대를 해 주었고, "쪽지"라는 책자도 꾸준히 보내 주었습니다.

어느날 그 아이가 "너랑 이제 그만 헤어져야 할 것 같다. 넌 초대에도 오지 않고, 전화해도 반가워하지 않는게 날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한번의 만남도 갖지 않은 채로 헤어졌습니다.

그때의 그 아이에게 못한 말이 있습니다.

"지금쯤 실제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있을지도 모르는 내 친구야!
너를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었어. 전화만 오면 우리 엄마가 전화기 옆에 바짝 붙어서 무슨 소릴 하나? 나보다 더 열심히 듣고 계시고, 수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개가 누구냐? 어디 사는 애냐? 개 아버지 이름이 뭐냐? 꼬치 꼬치 물으셔서 불편해서 말을 못했던 거야. 오늘 같이 눈이 내리는 날, 너와의 따뜻한 추억이 있어서 행복하구나! 친구야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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