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던 집 밑에는 400년 묵은 은행나무가 암나무, 숫나무 두그루 있어요.
가을이 되어 은행이 열리고,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으면 고개 들어 하늘을 봐도 사이 사이 햇살만 비칠뿐 하늘이 보이지 않았죠.
어느새 은행잎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해 모두 떨어질때쯤이면 바닥이 두텁게 되면서 고운 은행잎 침대가 되었죠. 저는 그 은행잎에 누워 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했어요.(아아~~ 가고싶다.)
그리고 은행나무 옆에서 부터 시작해 저희 집 담을 뺑 둘러 소나무가 있었어요. 보통 소나무가 아닌 정말 세월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소나무랄까?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을 묶어 두는 것은 은행나무보다 소나무였을지도 모르겠어요. 모두들 감탄을 했거든요.
그 소나무들 중 저희집 지붕으로 유난히 많이 기울은 소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천둥과 벼락이 치는 어느 날이었어요.
너무 무서워서 잠을 못 이루고 있는데, 엄마가 아버지한테 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저 소나무를 베어 버리지 않으면 언젠가 저 소나무가 우리집 지붕을 덮칠거라고...
저는 그 소리를 들은후부터는 천둥, 벼락이 치는 날에는 소나무가 우리집을 덮칠까봐 잠도 못 자고 노심초사.. 무서움에 떨었어요. 그런데 그 소나무 25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저희집 지붕을 안 덮치고 있네요.
그 소나무 뒤로 대나무 숲이 있고(바람부는 날 소리 장난 아니에요), 대나무 숲을 지나 조금 가면 산이 있었어요. 석작골이라고 불렀는데, 중학생 언니, 오빠들은 3년내내 소풍을 그리루 왔어요. 언니, 오빠들이 소풍을 오면 저희는 멀찌감치서 숨어서 구경하고 있다가 가기가 무섭게 부리나케 달려갔죠.
언니, 오빠들이 놀고간 흔적은 대단했어요. 병따개로 따는 병뚜껑부터 시작해서 과자 봉지며 저희가 처음보는 새로운 것들이 무지 많았어요. 흘리고간 동전들도 많았고요.
저희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면서 그것들을 탐색했어요. 탐색이 끝나면 마치 저희가 소풍을 온 양, 소리를 질러 가며 산을 뛰어다니고 나무를 타고 놀았어요. 그 산에도 역시 오래된 나무가 있었는데, 저는 그 나무를 아주 잘 탔답니다. 그런데 위만 보고 올라가니까 타긴 잘 탔는데, 내려오질 못해 나무에 붙어 마구 울어댔죠. 그럴때마다 저희 아버지가 올라 오셔서 내려 주셨어요.
그리운 아버지!! 예방주사 맞는날이면 아름목에 이불 펴 놓고, 델러 오셔서 엎고 가시던 아버지!!
동요는 안 틀어 주시나요? "나의 살던 고향은.." 듣고 싶은데... 그럼 양희은의 "내 나이 마흔살에는" 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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