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바퀴]
꽈당~탕!
2004.02.20
조회 54
자아성취에 대한 갈급함으로 항상 무언가에 목말라함은 누구나 다 있겠지요..
첫 아이 태어나고 15개월 되던 유난히 추웠던 어느해 겨울,
사그라 들지 않는 일에 대한 열정이 빼곰히 고개를 내밀면서,
'맨날 밥하고 빨래하고 애 키우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냥 이렇게 늙어 버리는 것 아냐?'
시시각각으로 괴롭히는 자아 성취의 욕구를 누르지 못한 채
아이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나의 일을 찾아 나서기로 결정을 내렸답니다.
당시 응암동에 살았었는데 은평천사원 보육시설에 아일 맡기기로 하고
저는 [에어로빅 지도자 교육과정]을 밟기로 했지요.
이제 막 뒤뚱대며 걷는 아이..
아직 대.소변도 가릴 줄 모르는 아이..
엄마 젖을 만지며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미소짓는 아일 떼어놓곤
나를 찾아 나선다며 선택한 결정이 무모했을 수도 있었지만
그일을 접을 수는 없었답니다.
아이를 맡기는 첫 날!
품을 떠나 남의 손에 안기는 순간부터 깔닥깔닥 넘어가며 자지러지는 아이의 울음소리...
그렇게 울어대는 걸 처음 보았던 지라 많이도 당황하였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 진 상태..
건물 한쪽 귀퉁이에서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기다렸다가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리는데 그저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더라구요.
'이렇게 까지 해야만 하나...'
나 자신의 모질음에 속상해하며 기운없이 걸어나오다
순간,꽈당~~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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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기억이 없었답니다.
꽁꽁 언 길바닥에서 얼마를 누워 있었는지...
지나가던 아저씨가 흔들며 "아가씨, 괜찮아요? 미끄러진 것 같은데..정신 차려요.."
아련히 들려오는 소리...
그제사 정신 차려보니 얼음판위에 반듯하게 누워 있는 나를..
창피한 건 둘째치고 정신이 몽롱하니
'여기가 어디지..'
'왜 내가 여기 누워있지..'생각이 나지 않는거예요.
교육관가는 건 미뤄두고 혹,뇌에 충격이 온건 아닐까? 싶어 병원부터 찾았죠.
'뇌사진을 찍어 보고 싶어요'
'도대체 왜 그러세요?'
'얼음판에서 미끄러졌는데 머릿속이 훵하니 기억이 나질 않아요...'
그제사 빙그레 웃으시며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을 텐데..'
'정~~ 불안하시면 찍어보죠.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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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봐요.. 아무 이상이 없다 그랬잖아요. 껄껄껄~~~'
의사선생님의 너털웃음에 그제사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요.
길바닥에 뎅그러니 실신해있던 젊은 아낙의 주책스런 모습..
엄마품이 필요한 아일 억지로 떼어놓고 자아를 찾겠다고 나선
철없던 엄마의 부족한 생각... 하지만,
화끈거리는 창피함을 외면한 채
그길로 난 교육관을 향하였고..이후,
힘든 교육과정을 다 거치고선 서울대에서 실시하는
<사회 생활체육 지도자> 시험에 무난히 합격을 하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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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키워놓고 할 걸...
그땐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왜 그리 지배적이었는지...
에너지는 충천하고 앞뒤 분간이 안되는 젊은나이에 겪은
창피했던 에피소드 하나였습니다.
섬집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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