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타를 다시 그리다( 두바퀴)
유현숙
2004.03.17
조회 77
저는 가수 임병수를 못견디게 좋아했습니다.
큼지막한 안경을 쓰고..
실눈을 뜬 채 눈웃음을 살살 보여주면 저는 그날 밤 잠 못잤습니다.
꿈에도 자꾸만 나타나서 제 손을 꼬옥 잡고 강변을 거닐다가 저만치로 달려가는 병수오빠를 잡을려고 사정없이 뛰어가다가 모래사장에다가 콕~ 하고 코를 들이박으면서 그만 꿈에서 깨어나기도 했으며
학교 앞 문구점에 걸린 병수오빠의 사진들을 몽땅..깡끄리..죄다..
싹쓸이 할려고 돈을 챙기려는데..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허구헌 날 참고서 산다고 엄마한테 거짓부렁해서 꼼친 돈...그것 가지고 병수오빠 사진 다 휩쓸었지요
물론...문구점 아저씨는 저를 짱! 좋아하셨지요

멍청하게 생긴 학생이 사진들이 나오기만 하면 족족 사 가니까요

그렇게 좋아했던 병수 오빠였던 만큼 노래도 줄줄줄 불러댔지요
그 아시죠?

아이스크림 주세요
사랑이 담겨있는 두개만 주세요.

라고 하는 노래요

나중에 그거
원어로 부르잖습니까?
꽁엘....꿍당꿍당..라는 말로밖에 안들리는 것이지만...저는 꼿꼿하게 다 불러댔습니다.

그러자 친구들은 제가 진짜로 잘하는 줄 알구선요
그만...국어시간에 들어오시는 선생님께 갑작스레 한통이 되가지구선

"선생님~ 현숙이요 노래 한번 시키세요.
임병수씨 노래 잘해요 원어로 더 잘해요..그치 애들아?"
하는데..

저는 식은땀이 줄줄줄 났습니다.

하지만...그대로 못한다고 할 수도 없었지요

일단..앞으로 나가서 목청을 가다듬고
시작을 했지요

아이스크림 주세요..


라고 말입니다.
그 다음에 원어로 들어가야 할 부분..

달달달..덜덜덜..들들들 떨렸지만
뭐 어쩝니까?
애들이 알겠습니까?
선생님이 알겠습니까?
되는데로 마구 마구 쏼롱쏼롱..
헤롱헤롱..따롱따롱..
말도 안되는 발음을 갔다가 붙였지요
음만 맞추구요

그러자..우레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나오구요

선생님도 귀엽다는 듯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더라구요

결국 그 노래는 앙콜로 이어졌고
첫번째 노래와는 제가 들어봐도 판이하게 다른 또 다른 발음으로 마구...불러제꼈습니다.

병수오빠에게 무지 미안하더군요

하지만 그 뒤로 저는 두 번다시 불려지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 아마 첫번째 노래와 두 번째 노래의 차잇점을 발견했던 모양이죠

아~
지금쯤 병수오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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