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이었어요.
방학했다고 맨날 늦잠만 자던 친구들이 어느 날 전부 모였습니다. 그래도 요즈음은 그렇게 추운 날씨는 아니잖아요. 요새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그렇지만... 예전엔 맨날 추웠던 거 같은데...
맨날 집안에만 있다가 갑자기 나왔더니 넘 추웠어요. 모두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한 친구가 자기한테 좋은 생각이 있다 하더니 집에 들어가더라고요. 조금 있다 다시 나오는 그 아이의 손에는 양초와 성냥이 들려 있었어요. 다 같이 둘러앉아서 양초 불을 쬘 평평하고 넓은 장소를 생각하다가 근처 아파트의 잔디밭이 생각이 났어요.
드디어 양초에 불을 켜고 대여섯 명이 빙 둘러앉았습니다. 그 조그마한 촛불에 손을 가까이 가져갔는데 넘 따뜻했어요. 모두들 그 생각을 낸 아이에게 고마워하고 있는 즈음 그 아이는 고사리 같은 손에 초를 꼭 쥐고 있다가 흐르는 촛농 때문에 ‘앗 뜨거워’란 소리를 외치며 초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초는 겨울이 되어 바짝 마른 잔디 위에 떨어졌고 순식간에 불은 확~ 하고 번졌습니다.
다들 정신이 나가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이 때 바람처럼 나타난 경비원 아저씨... 양동이의 물을 불에 부어 마침내 불은 꺼졌습니다. 다행이다 하며 안심을 하고 있는데 경비원 아저씨가 다가와서 야단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 불 크게 났으면 어쩔 뻔 했어? 여기서 촛불 킨 것도 범죄야.” 그러면서 앞에 보이는 파출소를 가리키며 말씀하셨습니다. “니들은 너무 어려서 감옥 못가니까 오늘 내일 내로 경찰 아저씨가 니들 집으로 찾아갈거야. 그러면 엄마 아빠가 니들 대신에 감옥 갈거니까 기다리고 있어. 빨리 집에 가라 이 못된 녀석들아.”
불 때문에 놀랐는데 거기다 부모님이 감옥에 갈거라 하시는데 너무 놀라 다들 울면서 집에 돌아갔습니다. 울면서 집에 가니까 엄마가 놀라서 왜 우냐고 묻더군요. 너무 놀라 제대로 말로 잇지 못하면서 “촛불... 아파트... 경찰... 감옥...”만 중얼거리는 나를 엄마는 그냥 꼭 안아주셨습니다.
경찰이 올까 조마조마해하며 기다렸지만 하루, 이틀.. 3일이 지나도 경찰은 오지 않았습니다. 혹시 내가 무서운 꿈을 꾼건가 싶어서 4일째 되는 날 그 아파트에 가보았는데 아파트의 잔디가 까맣게 타 있는 걸 보고 다시 무서워져서 그 경비 아저씨를 만날까 집으로 얼른 돌아왔지요.
그 시절에서 어느덧 시간이 25년이나 지났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경비 아저씨가 우리 집이 어딘 줄도 모르는데 경찰이 찾아올 수도 없었는데 왜 그렇게 겁을 먹었을까 하며 순수했던 시절에 피식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하네요.
뮤지컬 보면서 신랑과 춥지만 마음은 따뜻한 겨울 보내고 싶어요. 티켓 보내주실래요? *^^*
[유년]촛불
천현정
200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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