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영도다리와 동태...
김영철
2008.01.18
조회 81
근 40여년 전의 이야기를 쓰려니 지나간 세월에 대한 말못할
아쉬움이 먼저 생각의 편린들을 붙들고 있네요,

각설하고
내 고향은 부산입니다.
부모님께서 6.25때 피난 내려 오셔서 그대로 눌러 앉은곳.
부산의 서쪽, 옛날에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해수욕장의 하나인
송도와 가까운 천마산밑의 토담집.

그곳은 앞으로는 수산센타를 건너 맞은편 영도섬이 떡하니
마주서있고 오른편으론 저 멀리 수평선 너머 맑은 날에는 대마도가
또렷이 보이고 왼편으론 부산의 제일 번화가 ( 그 당시엔 )인
은한공원(용두산 공원, 우리는 꼭 은한공원으로 불렀음) 밑의
남포동, 광복동 거리의 환상적인 야경이 어린 마음을 한없이
설레이게 하던 정말 지금 생각하면 명당인 그곳....

하지만
그곳은 전형적인 도시 빈민촌이었습니다.
산동네,달동네 뭐 그런곳이죠.
어른들은 대부분 전쟁의 뒤 끝에서 하루벌어 하루사는 고단한
일상이라 지금처럼 자녀교육과 관심같은 것은 꿈도 못꾸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수많은
추억 ( 그 당시엔 고행 이었지만 ) 속에서 아마 이 경험은 누구도
쉽게 겪어보지 못했을거라 생각됩니다.

그 당시, 부산 시가지와 영도섬을 연결하던 영도다리는
전국 유일의 열고 닫는 개폐식 다리였습니다.

매일 오전 정해진 시간이 되면 "뚜~~~우~~~ 하는 고동 소리와
함께 그 욱중한 다리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하고 흙 투성이가
되어 놀던 우리는 누구랄것도 없이 " 영도다리 든~~~다!!"를
합창하며 우르르 잘 보이는 마당 끝, 또는 밭자락으로 달려가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자동차 행렬과 하얀 연기를 날리며
내항인 수산센터로 들어오는 커다란 상선들을 하염없이 쳐다보곤
하였습니다.

그 구경도 겨울이면 우리에게 또 하나의 놀이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놀이라기 보다 용돈 보급 투쟁에 가까웠지만 어쨌던 큰 상선이
들어오면 우선 그배가 무엇을 실었는지 재빨리 파악해야 합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배는 바로 동태를 실은 원양어선입니다.
그 당시엔 나무 궤짝에 담긴 동태를 - 징게장- 이라고 부르던
수산센타 앞 광장에 기중기로 들어서 야적을 하였습니다.
징게장은 그곳이 정거장이었는데 아마 사투리 버전이었던것
같습니다.

재빨리 징게장으로 뛰어 내려가서 각자 은폐,엄폐가 잘된곳을
골라 자리를 잡습니다
주로, 야적된 빈상자 무더기 사이 사이에 몸을 숨기죠
왜냐구요?
배에서 큰 망에 동태 상자를 차곡차곡 쌓아서 기중기로 야적장에
하역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때, 잘못 쌓거나 또는 너무 많이 쌓아 기중기로 땅에 내리기 전
바닥으로 떨어져 부숴져버린 상자에서 퉁겨져나온 동태들을
잽싸게 주워 오기 위해서입니다.

그 동태들은 하역장 입구에 진치고 있는 생선장수 아주머니들이
아주 싼값이지만 우리에겐 정말 짭잘한 용돈으로 바꿔주었습니다.

용돈 얻기가 정말 힘들었던 그시절 겨울이면 우리에게
그 징게장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습니다.

남들보다 잡히지 않고 많이 줏어오는 나만의 노-하우,
그렇게 얻었던 돈으로 사먹었던 깐또(어묵의 부산사투리),
간빵,달고나를 녹여만든 뽑기, 등등..

먹고 싶었던것을 한풀이 하듯 사먹고 깔깔거리며 돌아쳤던
그시절, 내 유년의 겨울..

지금은
그 누구에게도 그 어디에서도 듣고 볼 수없는 나만의 추억..

8살 위 형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린)에게 들켜 지독하게 혼이
나면서도 군것질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 겨울만 되면 기다리던
동태를 실은 원양어선, 그리고 영도다리.

손발이 다 터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놀던 그 시절 겨울놀이의
아픔이 오늘 문득 내 가슴 가득히 미어지네요.

재미있는 다른 놀이도 많았는데..

왠지 겨울이면
새록새록 생각나는 그 추억은 부족할것 없이 사는 요즘 아이들에
대한 막연한 반감 또는 연민이 아닐런지...


유가속을 이끌어가는 스텝 여러분!
다양한 의견들 속에서 중심을 잡으시느라 마음고생이 심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외람되지만,
침묵하는 다수는 늘 같이하는것 자체가 즐거움 일것입니다.
흔들리지 마시고 힘내시고 우리 중년의 포근한 울타리라는
자부심을 가지시고 올 한해도 정겨운 동반자로 여러분의
무한질주를 소망합니다.
유가속 홧~~~팅!!!!
늘~~~~ 감사합니다.

신청곡 - 어 린 시 절 - -- 이 용 복 --
가 는 세 월 -- 서 유 석 --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