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그해의 겨울날
박현순
2008.01.19
조회 20
세월 이 가는것을 어르신들은 흐르는 강물같다고 말씀하실때 무슨소리인가 하고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는데 돌아본 시간들 정말 흐르는 강물이더라구요.
영재님 안녕하세요 누구에게나 기쁨의 슬픔의 겨울이 다 있겠지요.
지금은 스물네살 스므살인 두 아들과 그러고보니 참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네살터울인 두아이들에게 어려운 우리집 살림에 남들이 갔다왔다는 눈썰매장은 그림의 떡 그자체였지요.
학기중에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방학에는 어린것들을 두고 일하러 가며 눈썰매장은 엄두가 나지 않고 그래서 하루는 물었습니다. "병규야 우리 한규 데리고 미끄럼 타러갈래?" 했지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기된 얼굴로 "정말이야 눈썰매 타러? 에버랜드?" 하며 되묻는 아이에게 "아니 눈썰매는 아니고 우리 그냥 미끄럼" 했지요. 금방 풀죽은 얼굴을 하는 아이에게 "병규야 눈썰매장은 다음에가고 우리 그냥 미끄럼 타러가자 미안해 " 그래도 나가자 이렇게 자꾸 방에만 있지말자" 하며 아이들을 춥지않고 단단하게 옷을 챙겨 입히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우리가 살던 군포시 금정동 성당밑에는 아주 커다란 공터가 있었어요. 제머리속에는 그곳에서 종이 푸대깔고 미끄럼 태워줘야지 남들은 눈썰매도 타러 가는데 그것은 못하더라도 푸대자루 미끄럼이라도 태워줘야지 하고 생각했거든요. 집앞을 나가며 동네 슈퍼 앞에서 고물장수 가져가실 종이 박스를 얼른 챙겨들고 그 비탈앞으로 갔습니다.많은 아이들이 타고 있었어요.
큰아들은 얼른 제 손에서 종이박스를 가져가며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며 "엄마 나도 탈래 저렇게 타면 되는거야? 나도 할수있어" 하며 얼른 눈비탈 위로 올라가더니 어느새 "쉭" 소리를 내며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었지요""와 재밌다 또 타야지" 하며 비탈을 오르는 큰아이를 보며 작은아이에게 "한규야 너도 형처럼 타봐" 했지요. 가만히 서서 형타는걸보던 작은아이도 얼른 제손에서 박스를 챙겨 비탈위로 올라가며 처음에는 엉거주춤 내려왔지요 두번 세번 아이들은 금방 익숙해지고 얼굴에 재미있는 표정을 보이며 한참을 신나게 오르내리며 탔지요. 아이들은 종이박스가 눈에젖어 바지가 축축해지도록 오줌싼것같을때까지 신나게 즐거워하며 엉덩이가 젖어 추워지도록 신나게 눈미끄럼을 탔지요.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보인다는 금언을 생각하며 "얘들아 눈썰매가 별거냐 눈오는날 타면 눈썰매고 여름에 타면 그냥 미끄럼이지 그치" 하며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했지요.
그날저녁 아이들은 남편에게 자랑스럽게 말했지요 "아빠 우리 눈썰매 타러 갔다왔어요" 일나갔던 남편은 "이게 무슨소리야 어디갔다왔다고?" 아이들은 웃으며 말하는거예요 배운대로 "아빠! 눈썰매타러 멀리 안가도 돼요.눈썰매장 집앞에 있어요 " 어디?" 하며 물어보는 남편에게 우리아이들의 대답은 "아빠 저기 공터요 위에서 아래로 상자깔고내려오면 아주 재미 있어요" 신나게 얘기하는 아이들을 보며 남편은 한바탕 웃었지요. 바라보며 좋은데 못데려가주는것에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기죽지 않아 다행이라고 위로 했지요.
그해겨울 아이들은 틈만나면 그 비탈에서 눈오는날은 눈썰매로 눈이 안오는 날은 미끄럼으로 겨울을 보냈지요. 얼마전 군에 있는 아들에게서 잘계시느냐는 안부전화끝에 "엄마 여기 철원은 눈이 끝내주게 잘와요 기억나세요 금정동 비탈에서 우리 눈썰매 타던거요?" 하며 묻더군요" 우리는 전화요금 많이 나오는거 생각안하고 한바탕 웃었습니다."엄마 지금보면 그때도 재미있었어요 군생활 잘 마무리 할께요 이제 병장말년이 되어가니까 더욱 조심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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