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1학년 신학기였습니다.
이십여년도 훨씬전이었지요.
그 당시 전 바로 위 언니를 잃은 슬픔때문에, 무척 우울한 소녀였었고, 무척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것 같습니다.
학교를 오가면서도 친구들도 많이 사귀지도 못했고, 책을 읽으면서
현실에서 탈피하고픈 마음에 소설속에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책속의 삶을 제 자신이 사는양 수많은 문학 작품속의 주인공이 되는
꿈을 꾸면서, 책속으로 빠져들고 있을때였답니다.
그 당시 이제 초임으로 오신 국어선생님이 계셨었는데요.
아마도 그 선생님이 처음으로 작문 점수를 적용하셨던것 같습니다.
1학년 첫 국어시간...
총각선생님에, 사슴눈을 닮은듯 슬퍼보이는 선생님의 눈망울..
그리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말씀하셨지요.
"다음주까지 시,수필,중에 한편씪 써서 제출하라고 말이죠.
태어나서 글이라고는 독후감 말고는 써본적이 없었는데...
숙제를 해가려니, 정말 처음엔 아득하더군요.
책을 많이 읽기는 했지만, 글을 써본건 편지나 일기밖에 안써봤는데~
고민을 많이 하면서, 그래도 시가 좀 쓰기가 편할것 같아서...
고심끝에 써서 제출을 했는데, 1학년 학생들 사이에 소문이 쫘악
나있었습니다. 제가 작문점수를 20점 만점 받았다고 말이죠.
전 정말 너무 당황스러웠답니다. 처음으로 써본 시였고,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고 그냥 써냈는데...
국어시간이 되고, 선생님께선 우리들이 낸 원고지 뭉치를 들고 오시더니, 개인별로 점수를 발표해주시더니, 제 시를 낭독을 해주시더군요.
너무 고운시라고, 아직 시의 작법은 서툴지만, 시어들이 너무 맑고
고왔다고 하시면서...
계속 써보라고 하시면서 상품으로 두꺼운 원고지 뭉치를 주시는겁니다.
그리고 저를 문예반으로 이끌어 주셨었는데..
전 솔직히 너무 부담스러워서, 선생님과 마주칠때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픈 심정이었답니다. 선생님께선 항상 저를 보시면
"어때, 글 많이 쓰고 있겠지?" 물어보시곤 하셔서, 전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뭐라 드릴 말씀이 없었거든요.
솔직히 원고지엔 한 글자도 쓰질 못했답니다.
선생님이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신만큼 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이었지요. 도대체 글을 쓰려니, 써져야 말이지요.
참 한심한 학생이었지요.
그렇게 1학기가 지나고, 여름방학을 마치고 학교에 갔을때, 국어선생님은 다른학교로 전근을 가셨다는 소식만 접한채, 새로운 국어선생님을 맞게 되었지요.
그 당시 저를 작문의 세계로 이끌어주신 선생님의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 이렇게 글을 쓰게 된것 같습니다.
어느새~
이십여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그 후로 한번도 선생님의 소식도
모습도 뵙지 못한채 세월이 지나고 말았네요..
지금도 어느 학교에서 사랑으로 제자들을 가르치고 계실 선생님을
그리워하며, ....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라면서
임채우 선생님!!
그때 주신 선생님의 관심속에 저 이렇게 성장했거든요.
지금 시도 쓰고, 수필도 쓰면서, 선생님의 사랑을 추억하면서
이 글 씁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지요.
인연이 닿으면 꼭 한번 뵙고 싶습니다.
(사랑)--나의 감성을 일깨워주신 선생님
이순자
2008.02.13
조회 22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