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비가 내리는 10월의 중순의 어느 날, 오후들어 비가 그쳐 잠시 산책을 나섰습니다.
곱게 물들어가는 공원의 한 귀퉁이에서, 우연히 아직도 남아 있는 코스모스를 발견했습니다.
바람도 이제 제법 차졌고, 비가 그치고 나면 이제 많이 쌀쌀해질 것이라는 때에 코스모스라니요.
제가 보고 있는 이 꽃이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코스모스일겁니다.
조금만 고개를 들어 둘러보면 나뭇잎들은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는데, 초가을에만 피어나야 할 꽃이 아직도 남아 있으니까요.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는 것은 늘 변함없는 자연 현상이지만, 이렇게 때를 놓친듯한 모습들을 종종 주위에서 보게 됩니다.
기억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기억들이 시간이 지나면 점차 퇴색되고 또 잊혀져가지만
이렇게 때를 놓친 코스모스처럼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마음 속에 아물고 남은 상처처럼 남아, 여전히 내 주위를 맴돌고 있는 기억들말이죠.
그 사람, 왜 좀 더 아끼고 사랑하지 못했고, 왜 떠나보내야 했을까.
난 왜 그렇게 소심하게 그를 붙잡지 못했을까.
그래도 결국은 시간이 흐르면 다 잊혀질 것이라는 압니다.
더 추운 바람이 불고, 몇 번 찬 비가 더 내리고 나면, 결국 이 마지막 코스모스처럼 지게 될테지요.
날이 추워집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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