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니,
보일러를 켜 두었던 것도 아닌데 혼자 사는 집안이 훈훈합니다.
왜일까.. 잠시 생각해 보다가,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네요.
서울에서 직장생활한지 4년 만에,
얼마 전 자그마한 전세집을 마련하고 이사를 했어요.
고향 대구에 계신 엄마는,
새 집을 보고 싶다며,
며칠 전 이것 저것 찬거리 챙겨서 올라오셨다가
오늘 다시 내려가셨습니다.
네..
오늘 현관문을 여는 순간 느껴졌던
여느 때와는 다른 이 따뜻한 느낌은
몇 시간 전에 이 곳을 나서셨던 엄마의 흔적 때문이었어요.
며칠 간 머물렀던 ‘엄마’라는 존재만으로도 이렇게 따뜻한 사랑의 흔적이 남아있네요.
가스레인지위에는 제가 좋아하는 두부 가득 넣은 된장찌개가 있고,
옥상 건조대에는 삶아 빨아 하얗게 변신한 걸레가 널려있고,
냉장고에는 대구에서부터 가져오신 찬거리가 가득합니다.
어제는 엄마가 점심시간에 맞추어 회사 앞으로 오셨어요.
오랜만에 맛난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저녁엔 침대 위 나란히 누워 맛사지 팩을 얼굴에 올려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답니다.
항상 부모님께는 잘지낸다, 건강하다, 행복하다..
그런 말씀만 드렸었어요.
그런데 어제 저녁엔 처음으로
힘들다고, 외롭다고… 말씀 드렸거든요..
엄마는 “나도 그렇다..” 그러시더라구요.
엄마도 처음으로 제게 그런 고백을 하셨어요.
그리고 지금껏 잘 견뎌왔다고 꼭 안아 주셨어요.
우린 약속 했답니다.
힘들거나 외로우면 언제든 서로에게 전화하자구요.
혼자서만 견디지 말자구요.
나이가 들수록 엄마와 딸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것 같아요.
텅 빈 집안, 혼자이지만, 오늘밤은 혼자가 아닌 것 같이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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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김하영
2008.11.25
조회 43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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